아시아투데이 김시영 기자 = 날이면 날마다 술. 1차, 2차, 3차를 외치다 보면 어느 새 알코올 중독에 이르게 된다. 알코올 의존증 치료를 위해서는 환자 본인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함께 생활하는 가족들의 역할도 그에 못지 않다. 가족들이 환자와 함께 생활하면서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게 되고 정서, 감정 표현, 태도, 문제 해결 능력 등 생활 전반에 걸쳐 문제가 나타나기 때문. 가족 역시 교육과 치료가 필요한, 알코올 중독은 가족병인 셈이다.
보건복지부 지정 알코올 질환 전문 다사랑중앙병원이 ‘알코올 중독은 가족병’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가족 교육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본원에 입원 중인 환자의 가족들을 대상으로 지난 6월 9일부터 7월 11일까지 약 한 달간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알코올 의존증 환자로 인해 겪는 문제 1위는 ‘우울, 자살충동, 불안’ 등의 정신적 고통으로 나타났다. 절반 가까운 수치인 48.9%를 차지했다. ‘가족 해체 및 갈등’이라는 응답이 21.2%로 2위를 차지했고, ‘경제적 어려움’이 15.3%로 3위, ‘신체 건강 악화’가 13.9%로 4위를 차지했다.
‘알코올 중독 환자의 술 문제를 병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무려 97.4%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환자 스스로 술을 끊을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85.5%가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또 ‘가족의 노력으로 알코올 의존증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가 69.7%를 차지해 많은 가족들이 알코올 의존증 치료를 위한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함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무형 원장은 14일 “설문 결과를 보면 많은 가족들이 알코올 의존증 치료를 위해 병원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인식과는 다른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면서 “예컨대 퇴원을 시켜주면 술을 마시지 않고 잘하겠다는 환자의 말에 마음이 흔들려 아직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중도에 퇴원시키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고 말했다.
공동의존은 실제 알코올 의존증 환자의 가정에서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 알코올 환자가 일정 기간 금주와 폭주를 반복하면서 가족들을 괴롭히는 상황에 익숙해진 가족들은 이런 어려운 상황을 도피해야 한다는 감정과 동시에 가족으로서 환자를 돌봐야 한다는 양가감정을 갖게 된다. 이 과정에서 올바른 판단이나 결정을 하지 못하게 되고 결과적으로는 환자의 음주 진행을 막지 못하게 되는 것.
이 원장은 “알코올 환자의 가족들은 환자의 술 문제로 인해 가족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해 본 적이 없으며 환자의 기분이나 태도에 따라 반응하는데 급급하다 보니 제대로 된 판단이나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알코올 의존 환자와 함께 살면서 생활하는 경우 이러한 증상은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공동의존 증상을 나타낸 27명(27.3%) 중 21명이 실제 환자와 함께 생활하는 동거상태였다. 심지어 일부는 공동의존을 판단하는 점수(39점 이상이면 공동의존 상태로 판단)가 치료가 요구되는 수준인 60~80점 정도로 높게 나타났다. 가족 교육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93.4%나 차지해 많은 가족들이 알코올 의존증 환자를 위한 교육 뿐 아니라 가족에 대한 교육과 치료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는 있었다고 병원측은 설명했다.